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3. 3. 10:15



도반道伴


  이상국




비는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 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서 문자도 한 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게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에 묵은 춘장을 앉혀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사랑하는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는 짜장면에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는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준다



            —계간《미네르바》2017년 겨울호



이상국 / 1946년 강원도 양양 출생. 1976년 《심상》에 「겨울 추상화」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동해별곡』『우리는 읍으로 간다』『집은 아직 따뜻하다』『어느 농사꾼의 별에서』『뿔을 적시며』『달은 아직 그 달이다』, 시선집 『국수가 먹고 싶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