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개울 길을 따라/나태주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4. 19. 11:03
개울 길을 따라
나태주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고
개울물이 소리를 내고 있었고
꽃이 피어 있었고
꽃이 고개를 흔들고 있었고
저게 누굴까?
몸을 돌렸을 때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선 얼굴
네가 너무 예뻤던 것이다
그만 눈이 부셨던 것이다
그 길에서 그날 너는
그냥 그대로 개울물이었고
꽃이었고 또 개울물과
꽃을 흔드는 바람결이었다.
⸻시집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2018. 2)에서
나태주 /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이후,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까지 39권 출간. 기타 산문집, 동화집, 시선집 여러 권 출간. 1964년부터 2007년까지 43년간 초등교단에 재직, 정년퇴임. 공주문화원장 8년 역임. 현재는 공주풀꽃 문학관 주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