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여기부터는 사유지이니 무단출입을 금합니다/김미정
시낭송행복플러스
2021. 11. 22. 07:49
여기부터는 사유지이니 무단출입을 금합니다
김미정
새들이 허공을 찢고 날아간다
모서리가 모서리를 밀어낼 때
이곳, 사유지는 무엇을 먹고 넓어지나
몇 개의 밤을 더 건너야 무단출입할 수 있을까
생각이 출구를 찾다가 입구가 되어버린 날들
방향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자전거가 뒹굴고 구겨지는 골목이에요 떠나간 신발이 오늘의 날씨예요 죽은 꿈과 깨진 창문의 언어가 필요한가요 둘레를 걷는 건 위태로워요 반복이 달리는 동안 눈물을 남발하는 사유지들, 안인지 밖인지 모르는 발자국이에요
되돌아오는 무표정은 최선의 모습일까
어제의 나무들이 환하다 아프고
날마다 씁쓸하기만 한 회색구름을 추가하기 위해
안녕을 이마에 붙이고
깃발을 따라가는
새들의 날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계간 《시와 함께》 202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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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 1966년 서울 출생. 2002년 월간 《현대시》신인상에 시 당선. 2009년 계간 《시와 세계》 신인상에 문학평론 당선. 시집 『하드와 아이스크림』 『물고기 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