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산책]/이서윤 시낭송모음
꽃/ 김춘수
시낭송행복플러스
2022. 3. 24. 18:41
[한국현대대표시] 이서윤 시낭송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1922-2004) 경남 통영 출생.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 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사물의 이면에 내재하는 본질을 파악하는 시를 써서 ‘인식의 시인’으로 불린다. 시집으로 “구름과 장미”(1948), “꽃의 소묘”(1959), “처용”(1974), “쉰한 편의 비가”(200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