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편들/풍경이 있는시
봄의 줄탁/ 도종환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3. 5. 23:35
사진-다음카페이미지
봄의 줄탁/ 도종환
모과나무 꽃순이 나무 껍질을 열고 나오려고 속에서
입술을 움찔움찔 거리는 걸 바라보다 봄이 따뜻한 부리로
톡톡 쪼며 지나간다
봄의 줄탁
금이 간 봉오리마다 좁쌀알 만한 몸을 내미는 꽃들
앵두나무 자두나무 산벚나무 꽃들 몸을 비틀며 알에서
깨어나오는 걸 바라본다
내일은 부활절
시골 교회 낡은 자주색 지붕 위에 세워진 십자가에 저녁 햇살이
몸을 풀고 앉아 하루 종일 자기가 일한 것을 내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