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편들/풍경이 있는시
중요한 일/ 이현승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4. 28. 14:49
사진-다음카페이미지
중요한 일/ 이현승
떡갈나무 가지 끝에서 잎 나오는 걸 본다.
얼마나 힘 센 속도로 봄은 오는가.
저 작은 눈 속에 저렇게 큰 잎이 다 접혀있었던 걸 보면
봄은, 터질 수밖에 없을 때 터진 거다.
매번 하는 일인데,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위대한 자들이 쓰는 시간처럼 낭비가 없다.
협량한 자들은 곁에서 가만히 숨죽일 수밖에 없다.
화약고를 지키는 촛불의 마음으로
하지만, 다 짠 치약처럼 온 힘을 다 써 봤다면
제발 그걸 저절로 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이현승 시인/ 1996년 《전남일보》,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이스크림과 늑대』, 『친애하는 사물들』『생활이라는 생각』이 있다.
2012년 7회 솔뫼창작기금을 받았으며, 현재 계간 《시작》 편집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