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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인생/최정란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2. 16. 16:04



친절한 인생

 

   최정란

 

  

 

처음 바닥에 패대기쳐졌을 때 알았어야 했어

삶은 내게 친절하지 않을 거라는 것

 

누가 백일홍의 발목을 거는지 걸핏하면 엎어지지

개구리처럼 바닥에 엎드려 알게 되지

 

허방은 지하주차장 경사로에 숨어 있고

허방은 꽃 속에서 나풀거리며 날아오르고

 

이번 생은 발에 안 맞는 빨간 뾰족구두

이번 생은 킬힐에 안 맞는 평발

 

그렇다고 내가 삶에게 불친절할 필요는 없잖아

백일홍에게는 백일홍의 하늘이 있으니까


 

      —(『사슴목발 애인』2016 산지니시인선)




최정란/ 경북 상주 출생.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수료.
200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여우장갑』, 『입술거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