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3. 20. 14:38



우체통

 

   박후식

 


 

설지 않다

강아지와 햇볕이 장난을 친다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아무나 보면

골목 한 구석에서 뛰어나와 꼬리를 친다

그놈, 천성인가보다

 

빨간 우체통이

허술한 세월의 문 앞에 서 있다

까마득하다

세상이 온통 쥐 잡듯 시끄러울 때

공부하다 말고 쫓겨 온 아들놈 군대 보내놓고

문 밖에 나가 옷가지 기다리던

어미 맘이 저러했을까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하얀 낮달 그림자

 

 

 

       —시집『변경에 핀 풀꽃』(2017. 2)



박후식 / 1935년 전남 완도 출생, 목포에서 성장. 공주사대,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1978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와 《한국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바다 그리고 사랑』『손금』『그녀의 집에는』『흐르는 강』『변경에 핀 풀꽃』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