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몽상, 애월에서/ 김효선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8. 10. 10:33
몽상, 애월에서
김효선
견딘다,
빛으로 오는 것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전생이거나
왼쪽 어깨였던가요
너무 오래 사랑한 죄
오후 내내 반짝이는 윤슬이었다가
저녁이 오면 사라지는 꽃들
초승에서 하현으로 넘어가는 동안
바다는 멀미로 기억을 잃고
오래 바라보면 볼수록 너는
내가 아는 얼굴이 아니야
우리 언제 만난 적 있나요?
하루에 70만 번 들썩이고 뒤집어지는
파도가 바다의 운명이라면
어느 가슴에서 뜨고 지는 달이길래
가도가도 먼 지척일까
잘린 손톱들 모두 애월 바다에 와서
오래오래 뒤척이다
거스러미로 돋아나는,
—《시와 사상》2017년 여름호
김효선 / 1972년 제주도 서귀포시 모슬포 출생. 2004년 《리토피아》 로 등단. 2008 년 시집 『서른다섯 개의 삐걱거림』『오늘의 연애 내일의 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