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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외1편) 박미산 본문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외 2편)
⸻백석 시 풍으로
박미산
경복궁 지나
금천시장을 건너오면
흰 당나귀를 만날 거예요, 당신은
꽃피지 않는 바깥세상일랑 잠시 접어두고
몽글몽글 피어나는 벚꽃을 바라보아요
뜨거운 국수를 먹는 동안
흰 꽃들은 서둘러 떠나고
밀려드는 눈송이가
창문을 두드려요
펄떡이던 심장이 잔잔해졌다고요?
흰 당나귀를 보내드릴게요
혹한의 겨울을 무사히 지낸
푸릇푸릇했던 당신의 옛이야기를
타박타박 싣고 올 거예요
흰 당나귀가 길을 잃었다고요?
바람의 말과
수성동 계곡의 물소리를 따라오세요
불빛에 흔들리는 마가리가 보일 겁니다
우리 잠시, 흰 당나귀가
아주까리기름 쪼는 소리로
느릿느릿 읽어주는 시를 들어보자고요
꽃들의 발자국
아타카마 사막
아무도 살 수 없는 불모의 땅이었다
몇 천 년 만에 폭우가 내렸다
내 생애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넘실대는 활자를 품고
달의 계곡을 걷기 시작했다
모래 바람이 부풀고 있다
싹트던 문장들이 낙타 등에서 곤두박질쳤다
발길에 채이고 짓밟히며
죽음의 계곡으로 떨어졌다
찢어지고 젖어 알 수 없는 문자들
이름 한 번 얻지 못한 사막 깊은 곳에서
뜨겁게 달궈진 시가 훗날 발굴될 수 있을까
빗방울을 발목에 걸고
내일 또 내일을 걸어야겠다
흔적 없이 또 사라질지라도,
⸻시집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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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 / 1954년 인천 출생. 2008년〈세계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루낭의 지도』 『태양의 혀』 『흰 당나귀를 만나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