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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44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식당의자 문인수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앞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 지 않은지,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 다. 상당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며 팔걸이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 꾸 뭉게뭉게 뭉갠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 런 저런..
눈엽嫩葉 구재기 물은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골짜기 작은 물도 바다에 이르는 큰물도 모두 흐른다 삽 한 자루가 길을 돌려놓아도 위에서 아래로 타고난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우듬지의 끝 온기를 가득 품은 바람이 흐른다 된서리에 시달리던 하늘이 검은 구름을 벗기 시작하고 가느스름 열리는 눈길이 탁 트여 눈물지을 만큼 자꾸만 슬퍼져 간다 생각하면 모두가 일어서고 사라져온 것들 매 순간 거듭하면서 흐르고 까마득하다 보면 다시 보이는 것들 나라거나 내 것이라거나 젖어 들다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마구 부추겨지는데 큰 나무 땅속뿌리에도 물 흐름은 여전하고 있는가 완전히 소멸된 경지가 열반에 들어서야 이루어가듯 바야흐로 지상에는, 함초롬히 두 눈 크게 뜨는 눈엽의 세상 —계간 《시사사》 2022년 여름호 ---------..
다정한 기분을 만났다 장정욱 이름도 잊어버리고 약봉지도 놓쳤다 교회 종소리는 12월보다 길었다 저 아늑한 곳의 기도는 내일도 죽지 않는 것일까 예배당 창이 반짝거렸다 나를 잃어버린다면 어디쯤이 좋을까 슬픔에 둔한 플라타너스 뒤라면 물 위에 떠다니는 버들잎 곁이라면 물소리를 세며 나를 불렀지만 나는 세계를 잊었다 기도에선 흙냄새가 났다 기도가 바람에 섞여 사라질 때까지 기억은 자주 뒤척였다 헌 그리움을 보내는 일 물결의 뒷모습으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일 기도문은 입김 안에서 자꾸 빠져나가려 했다 아이들은 얼음 십자가 위에 올라가 신발로 깨며 놀고 있다 웃음과 울음이 섞인다 남들은 웃는 거냐 우는 거냐 묻지만 오래전부터 같은 감정이라 생각했다 귀가 잘려나간 듯 밤은 조용한 눈발로 날린다 주머니 속 사탕 봉지 ..
여우와 함께 산책을 안도현 눈 내리는 산길을 혼자 걷다가 여우를 한 마리 만나면 나는 쇄골이 하얘질 것이다 여우한테 넘어가서 여우를 따라서 눈이 더 세차게 몰아치는 골짜기로 들어가서 나는 여우굴에 들어가서 백년 동안 신세를 지고 살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여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고심 끝에 나는 여우가 찍어 놓고 간 발자국을 먼저 찾아보기로 하였다 여우는 제가 지나간 흔적을 꼬리로 지우고 자신의 경력을 길게 기술하지 않는다 하였다 솔직히 남조선은 지루하다는 것 있는 게 너무 많고 있어도 갖고 싶은 게 많다는 것 없으면 모두들 갖고 싶어 죽도록 출근한다는 것 여우를 만나면 나는 이렇게 말할 작정이다 한 달에 한 번쯤은 함흥을 갔다가 오자 여기는 국경이 없어 슬프지 국경이 없어서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