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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한국현대대표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시 신석정, 시낭송/이서윤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
식당의자 문인수 장맛비 속에, 수성못 유원지 도로가에, 삼초식당 천막 앞에. 흰 플라스틱 의자 하나 몇 날 며칠 그대로 앉아있다. 뼈만 남아 덜거덕거리던 소리도 비에 씻겼는지 없다. 부산하게 끌려 다니 지 않은지, 앙상한 다리 네 개가 이제 또렷하게 보인다. 털도 없고 짖지도 않는 저 의자, 꼬리치며 펄쩍 뛰어오르거나 슬슬 기지도 않는 저 의자, 오히려 잠잠 백합 핀 것 같다. 오랜 충복을 부를 때처럼 마땅한 이름 하나 별도로 붙여주고 싶은 저 의자, 속을 다 파낸 걸까, 비 맞아도 일절 구시렁거리지 않는 다. 상당기간 실로 모처럼 편안한, 등받이며 팔걸이가 있는 저 의자. 여름의 엉덩일까. 꽉 찬 먹구름이 무지근하게 내 마음을 자 꾸 뭉게뭉게 뭉갠다. 생활이 그렇다. 나도 요즘 휴가에 대해 이 런 저런..
다정한 기분을 만났다 장정욱 이름도 잊어버리고 약봉지도 놓쳤다 교회 종소리는 12월보다 길었다 저 아늑한 곳의 기도는 내일도 죽지 않는 것일까 예배당 창이 반짝거렸다 나를 잃어버린다면 어디쯤이 좋을까 슬픔에 둔한 플라타너스 뒤라면 물 위에 떠다니는 버들잎 곁이라면 물소리를 세며 나를 불렀지만 나는 세계를 잊었다 기도에선 흙냄새가 났다 기도가 바람에 섞여 사라질 때까지 기억은 자주 뒤척였다 헌 그리움을 보내는 일 물결의 뒷모습으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일 기도문은 입김 안에서 자꾸 빠져나가려 했다 아이들은 얼음 십자가 위에 올라가 신발로 깨며 놀고 있다 웃음과 울음이 섞인다 남들은 웃는 거냐 우는 거냐 묻지만 오래전부터 같은 감정이라 생각했다 귀가 잘려나간 듯 밤은 조용한 눈발로 날린다 주머니 속 사탕 봉지 ..
[한국현대대표시]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문효치, 시낭송/이서윤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문효치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허공에 태어나 수많은 촉수를 뻗어 휘젓는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될 온몸을 태워서 찬란한 한 점의 섬광이 될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빛깔이 없어 보이지 않고 모형이 없어 만져지지 않아 서럽게 떠도는 사랑이여 무엇으로든 태어나기 위하여 선명한 모형을 빚어 다시 태어나기 위하여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닿기만 해라 가서 불이 되어라 문효치 시인/ 1943년 7월 15일 전북 군산 출생. 동국대학교 졸업.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1966년 한국일보 및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신년대', '진단시'에서 동인활동. 시집 '무령왕의 나무새', '남내리 엽서', '계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