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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신춘문예 시 (21)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잘방잘방 가을 강은 할 말이 참 많답니다 저렇게 눈부신 석양은 처음이라고 내가 입을 열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도무지 닫혀 있던 입 흰 귓바퀴 꽃을 봅니다 안개 짙은 그 하얀 꽃을요 나는 휠체어를 밀어주면서 한 바퀴 즐거운 나의 집, 두 바퀴 세 바퀴 현(絃)을 타 봅니다 눈감고 오물오물 따라하는 어르신 핑 돌아 떨어지는 눈물 한낮의 요양원 창밖으로 찔끔 찍어 냅니다 사람들은 먼 나무위에 앉아 졸고 가을 강은 나를 자꾸 떠밀고 갑니다 알 없는 안경너머로 두 다리 유니폼의 건장한 날이 있습니다 서슬 퍼런 기백이 있습니다 백지로 두고 떠나자고 말한 적 있답니다 구절초 강아지풀 억새 어우러진 둔덕 제 모습에 반해 석양을 품은 비록 비위관(脾胃管)에 연명하지만 포르르 동박새 동백나무에 오르고 옛 기억 하나둘 돌아..
삽화=신기영 엄마 달과 물고기 물고기는 내 오빠다 오빠가 물고기인줄 알면서도 내 엄마 달은 물살에 휩쓸려 떠밀려가는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그러나 엄마는 달이다 눈물이 없는 달 우리가 잠든 밤마다 환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하면서 놀라고 걱정스럽게 만드는 달 말이다 이런 달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생각만 많다 물거품이 이는 곳에 가면 은빛 곡선을 가진 오빠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기가 발을 핥고 있어서 젖 물릴 때가 됐다고 한다 물고기의 얼굴은 내 얼굴 우리는 형제다 물속에 잠긴 달이 운구릉을 헤적거리다 곱은다리에서 암흑 속으로 내려간다 이번에는 검은 그림자에 싸여 비틀거리는 아빠도 함께다 그러나 엄마는 달이다 힘이 세다. 당선 소감/ 시 김미경 시 당선 김미경 녀석은 주로 빛이 어스름할 때 또는 밤중에 ..
수상소감 "잠겨 있다고 믿었던 문을 어떻게든 열어보는 일" 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오산하 어떻게 시작하고 끝맺어야 할지 모르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이렇게 써도 되는 거야? 스스로를 끝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곳에서 작은 틈새를 찾아내는 일. 그 사이를 기어코 비집고 들어가려고 애써보는 일. 잠겨 있다고 믿었던 문을 어떻게든 열어보는 일. 작은 시작이 모이고 모여 큰 우리가 된다고 믿습니다. 저의 시를 읽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나 언어 하나를 던져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모두들 제가 건네는 처음을 꼭꼭 씹어 주기를, 출렁이고 경계를 지우고 명명하고 다시 경계를 지우며 건넨 이야기의 다음과 그 다음을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계속 시를 쓸 수 있게 지탱해준..
[[제17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김종숙/시] 요동치던 밥솥에 뜸이 들고 솥뚜껑을 열면 거기 너무도 고요해진, 반듯한 밥알들 끓어 넘치고 치솟던 설익은 시간이 지나고 잦아든 잘 지어진 밥 까칠한 쌀알들이 반지르르한 한솥밥이 되기까지 가령, 몇억 년 동안 쌓인 사막의 무늬들이나 물에 씻긴 돌의 생김새 같은 저의 격렬을 저도 종잡지 못한 일을 따라 했을 뿐이다 또는, 반듯한 간격을 맞추어 파랗게 자란 벼포기들이 탈곡이 되고 같은 자루에 동량으로 담기는 동안 바르르 떨다 잠잠해진 저울의 바늘이 함께 들어 있어 더도 덜도 없는 정량, 들쭉날쭉 흐트러진 적이 없다 흔들릴 만큼 흔들린 벼 포기들 털릴 만큼 털려 본 낟알들 갈 만큼 다 걸어가 보고야 능숙하게 제 길을 가거나 돌아오는 답습처럼 그 뒤끝은 저렇게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