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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이서윤시낭송 (157)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시 김광규, 시낭송 이서윤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는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 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
[한국현대대표시] 겨울 바다/ 시 김남조, 시낭송/ 이서윤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김남조/ 1927년 경북 대구에서 태어나 1951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문과를 졸업했다. 마산고교, 이화여고 교사와 숙명여대 교수를 지냈다. 대학 재학시절인 1950년 에 시 「성수(星宿)」「잔상(..
[한국현대대표시] 결빙의 아버지/ 시 이수익, 시낭송/ 이서윤 결빙의 아버지 이수익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 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랭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 시집 선정] [제6회 고흥군 송수권시문학상 작품상 수상시집] [감성시낭송] 북향사과/ 황정희, 시낭송/ 이서윤 북향사과 황정희 이건 북향 사과군 당신은 맛없는 사과를 만나면 그렇게 말하는 버릇이 있더군 사과 좀 안다 이거지 꽃눈이 늦어 씨알이 잘고 오래 시고 푸른 사과 당신은 북향 사과 앞에서는 이 말도 잊지 않더군 비바람에 가지 놓치지 않고 껍질 두꺼워 벌레가 잘 끼지 않는다고 듣다 보면 내 이야기나 당신 이야기 같은 낯익은 이야기가 되어 잠깐 서글퍼졌다 훈훈해지지 사과를 고르다 보면 고르게 둥근 사과를 만나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되더군 한쪽이 기운 사과를 깎으며 더듬더듬 사과의 북향을 지나 기운 쪽은 내 것으로 당겨 놓고 도톰한 쪽을 내밀며 꿀사과야 하고 권하면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