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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본문

[명시산책]/이서윤 시낭송모음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시낭송행복플러스 2022. 3. 2. 09:56

 

[한국현대대표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 시 고정희, 시낭송 이서윤/이서윤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시인 (1948-1991) 전남 해남군 출생.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했으며, 1975년 〈현대시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전남일보〉 기자, 광주 YWCA 대학생부 간사,  크리스찬아카데미 출판부 책임간사. 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장, 〈여성신문〉 주간 등으로 활동했다.<여성신문> 초대 편집 주간. 대표작으로 <초혼제>, <지리산의 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