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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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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문 - 김기리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8. 29. 10:57

꽃문

김기리

 

 

눈 부릅뜬 산문의 이유를

이 꽃문 보고 알았다.

꽃밭 한 평 뚝 떼어 들고 가고 싶은

손버릇 나쁜 마음이 두근거리고

큰 뜻엔 문이 없다지만

문 안에 큰 뜻 앉아계신다.

 

문 하나 없는 愚問이 꽃문 앞에서 서성거린다.

 

우물살꽃문에 창살꽃은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환한 한낮엔 문 밖에서 피고

달밤은 문 안에서 핀 지가 오래 되었지만

지금은 묵직한 墨畵로 닫혀 있다.

 

평생 눕지도 않고 서 있는 한 평 화단이

경첩의 마음에 들어 있고

창호지에 뿌리내리고 있는 우물살꽃문 창살꽃

저 문의 안과 밖 사이에는 어떤 계절이 있어

여러 송이 꽃 피워내고 있을까.

 

달빛 종이엔 마음 쪽 겸손한 채색이지만

햇살 종이엔 얼굴 쪽 웃는 채색이다.

안과 밖의 어느 쪽도 좋아

나의 계절로 삼고 싶을 뿐이다.

 

저 꽃밭에는 계절이 없다.

계절을 거느리지 않고도 꽃들을 피워내는 법력이

문살로 촘촘하시다.

  

 

    -《불교문예》2014년 봄호

 

 

김기리 시인 / 2004년《불교문예》등단. 시집『오래된 우물』『내안의 바람』. 동시집『보름달 된 주머니』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