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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캐 꽃 - 이용악 본문
오랑캐 꽃
이용악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졸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 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줄께
울어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리얼리즘의 시정신 최두석 평론집』 2010 실천문학사)
이용악 / 1914. 11. 23 함북 경성~ 1971. 2. 15. 시인. 그의 집안은 여러 대에 걸쳐 국경을 넘나드는 상업에 종사했으며, 줄곧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성보통학교를 거쳐 1938년 도쿄[東京]에 있는 죠치대학[上智大學] 신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재학시절 김종한과 동인지 〈이인 二人〉을 펴냈다. 형 억(億)과 동생 용해(庸海)도 〈신인문학〉·〈국민문학〉 등에 시를 발표한 바 있다.
1939년 귀국해 〈인문평론〉 편집기자로 근무했고, 1942년 6월까지 〈조선일보〉·〈춘추〉 등에 시를 여러 편 발표했다. 8·15해방 후 〈중앙신문〉 기자로 있으면서 1946년 2월 8~9일 조선문학가동맹이 개최한 제1회 전국문학자대회에 참가한 인상기를 남겼다. 같은 해 3월 윤곤강과 조선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회 시부(詩部)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뒤 모종의 사건에 연루되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6·25전쟁중 월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35년 〈신인문학〉 3월호에 시 〈패배자의 소원〉을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1937년 도쿄 삼문사에서 첫시집 〈분수령〉과 1938년 제2시집 〈낡은 집〉을 펴냈다. 1949년 시 〈오월에의 노래〉가 오장환의 시 〈병든 서울〉, 이태준의 소설 〈해방전후〉와 함께 해방기념 조선문학상 후보로 추천되었다. 이어 제3시집 〈오랑캐꽃〉(1947)을 펴냈고, 1949년 1월 동지사에서 현대시인전집의 제1집으로 〈이용악집〉이 나왔다. 그의 시는 북국 유랑 체험과 가난, 노동으로 지탱했던 유학 체험이 바탕을 이룬다. 초기에는 일제의 수탈로 황폐해진 고향을 배경으로 한 〈북국의 가을〉(조선일보, 1935. 9. 26)·〈두메산골〉(순문예, 1939. 8) 등을 발표했고, 이어 만주 등지를 유랑하는 한민족의 피폐한 삶을 탁월한 시어로 형상화한 〈오랑캐꽃〉(인문평론, 1939. 10)·〈전라도 가시내〉(시학, 1940. 8) 등을 발표했다.
8·15해방 후에는 새나라 건설로의 열려진 가능성과 투쟁을 노래한 〈거리에서〉(신천지, 1946. 12)·〈빗발 속에서〉(신세대, 1948. 1) 등을 발표해 민족시의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월북 후 1952년 조선문학동맹 시분과 위원장, 1956년 조선작가동맹 출판사 부주필로 근무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실현한 유명한 서정시 〈평남관개시초〉(조선문학, 1956. 8)와 가사 〈땅의 노래〉(문학신문, 1967) 등을 발표했다. 그밖의 시집으로 북한에서 〈이용악 시선집〉(1957), 남한에서 〈이용악 시전집〉(1988)·〈북쪽은 고향〉(1989)·〈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1989) 등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