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과 편찬기준(안)을 언론에 배부하고 있다. 2016.11.28/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집필진 중 3분의 1이 국사편찬위원회 등 정부 산하기관 인사인데다 현대사 집필진 중 현대사 전공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사 집필진 7명 중 4명이 뉴라이트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 '교과서포럼' 출신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편향성'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편찬기준뿐 아니라 집필진도 비공개 방침으로 일관해 '복면집필' '깜감이집필'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공개한 중학교 역사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 집필진은 총 31명이다. 대학교수뿐 아니라 현장 교사도 7명 포함됐다. 집필진은 △선사·고대 5명 △고려 5명 △조선 4명 △근대 4명 △근·현대 1명 △현대 6명 △세계사 6명으로 구성했다. 현대사와 세계사에 가장 많은 비중을 뒀다.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에 31명, 고교 한국사에 27명이 참여했다. 대부분 중·고교 교과서를 동시에 집필했다.
당초 밝혔던 집필진과는 차이가 있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해 11월23일 중학교 26명, 고등학교 21명 등 총 47명으로 집필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 대경상업고 김모 교사가 스스로 국정교과서 집필진임을 공개했다가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해 집필진은 46명으로 줄었다. 이날 공개된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31명에 그쳤다.
역사학계의 집필 참여 거부로 실제로는 처음부터 36명이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집필진이 "초빙 20명, 공모 16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5명이 "개인사정 등으로 그만뒀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집필진은 60대 이상 원로교수가 대부분이다. 70대 이상인 대학 명예교수, 공무원도 6명 포함됐다.
교육부는 이날 국정 역사교과서를 공개하며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교과서"를 강조하며 이념논쟁에 따른 소모적인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교과서 집필진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인물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의원들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사 집필진은 정치학자 2명, 경제학자 2명, 법학자 1명, 군사학자 1명으로 구성됐다.
현대사 집필진 7명 중 현대사 전공자가 한 명도 없었다. 현장 교사 출신 1명도 역사교육학과 출신이지만 근대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야당 교문위원들은 파악했다.
뉴라이트계열 인사들이 현대사 집필진에 대거 포함된 것도 논란거리다. 현대사 집필진 7명 중 4명이 한국현대사학회' '교과서포럼' 출신으로 밝혀졌다고 야당 교문위원들은 지적했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는 한국현대사학회 창립준비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주영 건국대학교 명예교수는 교과서포럼의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한국현대사학회' 고문으로 활동했다.
한국현대사학회와 교과서포럼은 뉴라이트 인사들이 만든 대표 단체이다. 2013년 친일·독재 미화논란을 일으켰던 교학사 고교 한국사교과서의 책임집필진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이 한국현대사학회 주요 구성원이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남은 2명 역시 교학사 교과서 찬성자이거나 '5·16 군사혁명'을 주장한 학자"라며 "현대사 집필진 7명 중 6명이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사람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근대사 부분을 집필한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도 지난 2013년 2월 서울 중구 정동제일감리교회에서 열린 '제24회 이승만 포럼'의 진행을 맡은 바 있다. 이승만 포럼은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을 연구하는 포럼이다.
또 전체 집필진 31명 중 11명이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등 역사 관련 공공기관 출신으로 나타났다고 야당 교문위원들은 밝혔다.
야당 교문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정부 인사가 대거 투입됐다"며 "집필진 인력풀이 적었다는 증거이며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집필진 구성"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역사학계와 시민단체가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전부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려 한다고 비판해 왔다. 교과서 내용뿐 아니라 집필진 구성을 놓고서도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날부터 12월23일까지 현장검토본을 '올바른 역사교과서 인터넷 웹사이트'(historytextbook.moe.go.kr)에 전자책(e북) 형태로 공개한다. 의견수렴을 거쳐 2017년 1월말 최종본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