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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에머슨의 '우화'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나를 흔든 시 한 줄

에머슨의 '우화'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12. 28. 08:56


온갖 만물과 계절이

모두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한 해

한 세상이 되는 거야.


-랄프 왈도 에머슨(1803-1882). '우화' 중에서 



30대의 나를 버티게 했던 시구

한 해를 마무리하여 다시 읽다



에머슨을 나는 30대 중반에 만났다. 삶의 경계에 섰을 때

내게 큰 힘을 주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추구하고자 할 때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틈에 산 정상의 구름이 걷히면서

떼가 놀고 바람이 불고 아름다운 전경이 홀연히 내려다보이

는 것처럼 진리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이야기였다. 이 말이

가슴이 뛸 정도로 좋았다. 여배우로서의 위치를 고민하고,

끝까지 배우로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을 이루지 못

했던 때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해야 할

일과 포기해야 할 일에 대한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내가 가고 싶은 길 쪽으로 묵묵히 가다 보면 나도

홀연 무엇인가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말이 기쁨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온갖 일이 있었지만 중심을 잡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지나온 나의 시간이 그러했듯, 이 나날이 결코 헛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한 해를 보내는 지금 다시 든다 .   -배종옥 배우-  


 
- 2016년 12월 28일

중앙일보 32면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