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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김승희시인 (2)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양파가 나를 훔쳐간다 김승희 양파가 나를 훔쳐간다 거울과 거울이 마주 보며 서로 훔쳐가듯 양파와 나, 마주 보며 서로 훔쳐간다 양파는 주인공이 없는 하나의 비애극 뼈도 없고 속도 없고 이빨도 없고 결사항전도 없이 폐허의 파편으로 눈동자에 매운 맛이 가득 고인다 바람이 부는가, 한 잎 한 잎 난해한 돌고 도는 운명 속없는 양파에 속절없는 나로다 양파가 나를 훔쳐간다 속잎 한 장씩을 떼어가다 보면 하얀 비애로 물들여진 폐허에 속없는 양파 속절없는 나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는 오라고 시인은 노래했는데 껍데기가 알맹이고 알맹이가 껍데기인 양파 속없는 한가운데 저 위험한 허공을 감춘 양파 옛날 어린 시절 만화책에서 본 것 같다 늘 붕대를 칭칭 온몸에 감고 다니는 남자 친절하고 따뜻하고 훌륭한 그 남자 붕대를 칭칭 ..
〔한국현대대표시〕 미완성을 위한 연가/ 시 김승희, 시낭송/ 이서윤 하나의 아름다움이 익어가기 위해서는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어야 하리 하나의 슬픔이 시작되려는 저물 무렵 단애 위에 서서 이제 우리는 연옥보다 더 아름다운 것을 꿈꾸어서는 안 된다고 서로에게 깊이 말하고 있었네 하나의 손과 손이 어둠 속을 헤매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스치기만 할 때 그 외로운 손목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만 무엇인지 알아? 하나의 밀알이 비로소 썩을 때 별들의 씨앗이 우주의 맥박 가득히 새처럼 깃을 쳐오르는 것을 그대는 알아? 하늘과 강물은 말없이 수천 년을 두고 그렇게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네 쳐다보는 마음이 나무를 만들고 쳐다보는 마음이 별빛을 만들었네 우리는 몹시 빨리 더욱 빨리 재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었기에 어디에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