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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서울신문 (5)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비 오는 날의 스페인 - 이신율리 비 오는 날의 스페인 이신율리 죽는 사람들 사이로 날마다 비가 내린다 사과는 쓸모가 많은 형식이지 죽음에도 삶에도 수세미를 뜬다 사과를 뜬다 코바늘에 걸리는 손거스러미가 환기하고 가는 날씨 를 핑계로 미나리 전이나 부칠까 미나리를 썰 때 쫑쫑 썰어대는 말이 뒤섞인들 미나리 탕탕 오징어를 치며 바다가 보인대도 좋을 다행히 비 내리는 날이 많아 그 사이로 사람이 죽기도 한다 올리브 병에서 들기름이 나오면 핑계 삼아 한판 사과나무에서 다닥다닥 열린 복숭아를 다퉈도 되고 소금 한 주먹 넣으며 등짝도 한 대 단양과 충주 사이에 스페인을 끼워 넣는다 안 될 게 뭐 있어 비도 오는데 스페인보다 멀리 우린 가끔 떨어져도 좋을 텐데 철든 애가 그리는 그림 속에선 닭 날개가 셔터를 내리고..
슬픈 시를 쓰려고 배고프다, 썼는데 배으다라 써졌다 뒤에 커서를 놓고 백스페이스키를 누르자 정말 배가 고팠다 뱃가죽이 등에 붙어버렸나? 배가 깜박거리기 시작했다 고프다, 쓰자 배가 없어졌다. 등이 구부러지는, 굴절된 뼈 같은 오후 그래, 슬픔은 늘 고프지 어딘가가 고파지면 소리 내어 울자, 종이 위에 옮겼다 * 세면대 위에 틀니를 내려놓듯 덜컥, 울음 한마디 내려놓고 왔습니다 그뿐인가 했더니 옆구리 어디쯤에 쭈그리고 있던 마음, 굴절되어 있네요 거품을 집어삼킵니다 씹어도 건더기라곤 없는 튀밥 혓바닥이 마르고, 버썩거립니다 그래요, 뭐든 버썩거릴 때가 있어요 잠깐 눈 돌리면 쏟아지기도 하고… 난 수년 전 아이 몇몇 쏟아버린 적도 있어요 그땐 내 몸도 깡그리 쏟아졌던 것 같아요 마지막 손톱을 파낼 땐 눈에도..
다음카페이미지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