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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안도현시인 (2)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여우와 함께 산책을 안도현 눈 내리는 산길을 혼자 걷다가 여우를 한 마리 만나면 나는 쇄골이 하얘질 것이다 여우한테 넘어가서 여우를 따라서 눈이 더 세차게 몰아치는 골짜기로 들어가서 나는 여우굴에 들어가서 백년 동안 신세를 지고 살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여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고심 끝에 나는 여우가 찍어 놓고 간 발자국을 먼저 찾아보기로 하였다 여우는 제가 지나간 흔적을 꼬리로 지우고 자신의 경력을 길게 기술하지 않는다 하였다 솔직히 남조선은 지루하다는 것 있는 게 너무 많고 있어도 갖고 싶은 게 많다는 것 없으면 모두들 갖고 싶어 죽도록 출근한다는 것 여우를 만나면 나는 이렇게 말할 작정이다 한 달에 한 번쯤은 함흥을 갔다가 오자 여기는 국경이 없어 슬프지 국경이 없어서 월..
비 오는 날의 스페인 - 이신율리 비 오는 날의 스페인 이신율리 죽는 사람들 사이로 날마다 비가 내린다 사과는 쓸모가 많은 형식이지 죽음에도 삶에도 수세미를 뜬다 사과를 뜬다 코바늘에 걸리는 손거스러미가 환기하고 가는 날씨 를 핑계로 미나리 전이나 부칠까 미나리를 썰 때 쫑쫑 썰어대는 말이 뒤섞인들 미나리 탕탕 오징어를 치며 바다가 보인대도 좋을 다행히 비 내리는 날이 많아 그 사이로 사람이 죽기도 한다 올리브 병에서 들기름이 나오면 핑계 삼아 한판 사과나무에서 다닥다닥 열린 복숭아를 다퉈도 되고 소금 한 주먹 넣으며 등짝도 한 대 단양과 충주 사이에 스페인을 끼워 넣는다 안 될 게 뭐 있어 비도 오는데 스페인보다 멀리 우린 가끔 떨어져도 좋을 텐데 철든 애가 그리는 그림 속에선 닭 날개가 셔터를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