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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신춘문예 당선시 (5)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수상소감 "잠겨 있다고 믿었던 문을 어떻게든 열어보는 일" 2022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 오산하 어떻게 시작하고 끝맺어야 할지 모르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이렇게 써도 되는 거야? 스스로를 끝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곳에서 작은 틈새를 찾아내는 일. 그 사이를 기어코 비집고 들어가려고 애써보는 일. 잠겨 있다고 믿었던 문을 어떻게든 열어보는 일. 작은 시작이 모이고 모여 큰 우리가 된다고 믿습니다. 저의 시를 읽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나 언어 하나를 던져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모두들 제가 건네는 처음을 꼭꼭 씹어 주기를, 출렁이고 경계를 지우고 명명하고 다시 경계를 지우며 건넨 이야기의 다음과 그 다음을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계속 시를 쓸 수 있게 지탱해준..
[[제17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김종숙/시] 요동치던 밥솥에 뜸이 들고 솥뚜껑을 열면 거기 너무도 고요해진, 반듯한 밥알들 끓어 넘치고 치솟던 설익은 시간이 지나고 잦아든 잘 지어진 밥 까칠한 쌀알들이 반지르르한 한솥밥이 되기까지 가령, 몇억 년 동안 쌓인 사막의 무늬들이나 물에 씻긴 돌의 생김새 같은 저의 격렬을 저도 종잡지 못한 일을 따라 했을 뿐이다 또는, 반듯한 간격을 맞추어 파랗게 자란 벼포기들이 탈곡이 되고 같은 자루에 동량으로 담기는 동안 바르르 떨다 잠잠해진 저울의 바늘이 함께 들어 있어 더도 덜도 없는 정량, 들쭉날쭉 흐트러진 적이 없다 흔들릴 만큼 흔들린 벼 포기들 털릴 만큼 털려 본 낟알들 갈 만큼 다 걸어가 보고야 능숙하게 제 길을 가거나 돌아오는 답습처럼 그 뒤끝은 저렇게 결..
숲을 떠난 푸른빛의 기억이 갇힌 방으로 들어간다 형광등 불에 달궈진 자갈과 모래알들이 바닥에 깔리어 전갈이 지나는 길을 만들고 있다 마른 바람이 눈에 익거나 때로는 낯선 발자국들을 지우는 한낮에는 미세한 먹이사슬들이 잠깐 잠을 자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서는 모든 것이 하얗다 종일 내리쬐는 빛은 벽에 박힌 나무들의 뿌리와 그걸 바라보는 죽은 새들의 밥상과 좁은 틈새를 뚫고 머리를 든 작은 벌레들의 핏줄까지 하얗게 만든다 한번이라도 불빛에 닿은 것들은 제 본래의 색깔을 잃어버리고 오후가 저물 때면 변색의 관성은 더욱 강해져 누구도 아침을 기억하지 못한다 방의 움직임이 멈출 때까지 나갈 수 없다 아무렇게 발을 들여 놓았다가 깊은 사막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폭풍에 갇히어 돌아설 수 없다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 ..
아버지는 목수였다 팔뚝의 물관이 부풀어 오를 때마다 나무는 해저를 걷던 뿌리를 생각했다. 말수 적은 아버지가 나무에 박히고 있었다. 나무와 나는 수많은 못질의 향방을 읽는다 콘크리트에 박히는 못의 환희를 떠올리면 불의 나라가 근처였다. 쇠못은 고달픈 공성의 날들. 당신의 여정을 기억한다. 아버지 못은 나무못. 나무의 빈 곳을 나무로 채우는 일은 어린 내게 시시해 보였다. 뭉툭한 모서리가 버려진 나무들을 데려와 숲이 되었다. 당신은 나무의 깊은 풍경으로 걸어갔다. 내 콧수염이 무성해질 때까지 숲도 그렇게 무성해졌다. 누군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건 박히는 게 아니라 채우는 것. 빈 곳은 신의 거처였고 나의 씨앗이었다. 그는 한 손만으로 신을 옮기는 사람 나무는 노동을 노동이라 부르지 않는다. 당신에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