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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물방울 속으로/손진은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3. 3. 10:17



손진은의 물방울 속으로감상 / 채상우

 

 

물방울 속으로

 

  손진은

 

 

오늘 나의 놀라운 사태는 
연 이파리 위 
소리 물고 파닥이는 물방울을 보는 일 

제 몸에 똬릴 트는 
하늘도 해도 털어 내며 
굴러 내리는 맨 얼굴의 말 알아듣는 일 

바람이 불거나 청개구리가 건너뛰면 
또그르르르 
한번 또 투명한 심장을 깨는 
그 가벼움에 빛 가슴에 점등하는 일 


머물던 세상, 손 탈탈 털고 
한 방울 바다의 
중심으로 뛰어드는 일 

밀어라 밀어라 바람아 
전율하는 이 가슴을 

수평선을 기울였다 펴는 
세상 가장 아찔한 상쾌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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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시인은 믿지 않지만 시는 믿는다. 아니 시를 믿으려고 노력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시인이라고 해서 그 속내를 알 만큼 친한 시인은 몇 안 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만난 적이 없거나 만나도 오다가다 한두 번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가끔 시를 읽고 만나고 싶은 시인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가 대면하는 건 좀 겸연쩍은 일인 데다 간혹은 정말 그랬다가 실망하거나 심지어는 자괴감이 일 정도로 절망한 적도 있어서 시만 자꾸 읽는다. 다만 시 속에서 시인을 만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만났으면 싶은 시인이 있다. 놀랍거나 새로운 시는 생각보다 흔하다. 연잎 위 "물방울""맨 얼굴의 말"을 듣고자 한참 귀 기울이는 정성스러운 마음은 드물다. 그 간절함 곁에서 딴청 하듯 앉아 낑낑거리는 강아지처럼 잠깐 머물고 싶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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