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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모란/유홍준 본문
유홍준의 「모란」감상 / 문태준
모란
유홍준 (1962~ )
고향 흙을 담아
꽃을 심는다
고향 흙은 푸슬푸슬하다
고향 흙은 자꾸만 어딘가로 가려고 한다
내 고향 흙은 마사토, 아무리 뭉쳐도 뭉쳐지지가 않는다
일평생 뭉쳐도
내 마음은
도대체 뭉쳐지지를 않는다
어떤 꽃을 심어도 내 고향 흙은 붉은 꽃만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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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산과 언덕과 밭과 길과 마당의 흙을 담아 꽃을 심는다. 고향의 흙은 잘 엉기지 못하고 부스러지기 쉬운 상태에 있다. 고향 흙의 이러한 상태는 시인이 고향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의 상태일 것이다. 고향에 대한 기억과 느낌은 점성(粘性)이 점점 없어진다. 고향은 현재로부터 갈수록 멀어진다.
고향의 흙과 사람들과 사람들의 인심과 말씨는 흐트러진다. 어딘가로 사라진다. 그러나 고향은 때때로 가슴 한가운데에 붉은 분꽃처럼 피어 존재하기도 한다. 우리는 고향의 옛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결국 고향을 잃게 되겠지만.
시인은 시 ‘내 옛집 지붕은 화관을 쓰고’에서 “내 옛집 지붕에 이끼가 돋아나 있네/ 내 옛집 지붕에 망초꽃이 피어나 있네”라면서 “내 옛집 지붕에 이제 나만 올라갈 수 없네”라고 써서 상실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고향집 마당에 핀 분꽃과 앵두의 여름을 보고 싶은 날이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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