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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신현정의 「사루비아」 감상 / 이영광 본문
신현정의 「사루비아」 감상 / 이영광
사루비아
신현정(1948~2009)
꽃말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사루비아에게
혹시 병상에 드러누운 내가
피가 모자랄 것 같으면
수혈을 부탁할 거라고
말을 조용히 건넨 적이 있다
유난히 짙푸른 하늘 아래에서가 아니었는가 싶다
사루비아, 수혈을 부탁해.
......................................................................................................................................................................................................
샐비어는 대개 붉으니 수혈 생각이 났을 수도 있겠다. 샐비어 꽃잎을 따 꿀을 빨아 먹던 예전 기억이 무의식중에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그의 생이 피가 모자란 듯 시름시름 했을 수도 있겠지. 피 한 방울 허투루 흘려선 안 되었던 목숨의 시간이 방울방울 흘러갔다. 수혈을 부탁한 시인은 떠난 지 십 년이 돼 가는데, 그 부탁을 못 잊은 샐비어는 올해도 어김없이 피었다. 피었다 또, 졌다.
이영광(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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