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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의 「사루비아」 감상 / 이영광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신현정의 「사루비아」 감상 / 이영광

시낭송행복플러스 2019. 11. 10. 06:18



신현정의 사루비아감상 / 이영광

 

 

사루비아

 

   신현정(1948~2009)

 

꽃말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사루비아에게

혹시 병상에 드러누운 내가

피가 모자랄 것 같으면

수혈을 부탁할 거라고

말을 조용히 건넨 적이 있다

유난히 짙푸른 하늘 아래에서가 아니었는가 싶다

사루비아, 수혈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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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샐비어는 대개 붉으니 수혈 생각이 났을 수도 있겠다. 샐비어 꽃잎을 따 꿀을 빨아 먹던 예전 기억이 무의식중에 작용했을 수도 있겠다. 그의 생이 피가 모자란 듯 시름시름 했을 수도 있겠지. 피 한 방울 허투루 흘려선 안 되었던 목숨의 시간이 방울방울 흘러갔다. 수혈을 부탁한 시인은 떠난 지 십 년이 돼 가는데, 그 부탁을 못 잊은 샐비어는 올해도 어김없이 피었다. 피었다 또, 졌다.

 

이영광(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