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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폐사 앞 나무 아래서 - 최혜숙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풍경이 있는시

폐사 앞 나무 아래서 - 최혜숙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7. 8. 21:01

                                                                                                    사진 - 다음카페이미지

 

 

                             폐사 앞 나무 아래서 /최혜숙

 

 

설악산 깊은 골에
짐승처럼 쓰러져 누운 암자 한 채
스님은 떠나고 사람 발길도 끊긴 지 오래다
수만 근 적막으로 담장을 치며 허물어지고 있다

저녁이 되어도 산문은 열려있어
밤마다 달빛이 내려오고
별들은 마당을 쓸고 간다

달빛 별빛에
너구리와 고라니와 노루와 꿩
그리고 다람쥐가 발에 달빛을 묻히고 잠들어 있을 것이다

밤이 깊을수록 깊어지는 솔향
새와 벌레 울음소리를 삼킨 잠든 산
작은 나뭇잎 하나 떨어지자 산이 흔들린다

나는 걱정거리들을 하나 둘 꺼내
산 아래서 주워온 상수리나무와 함께 떨어진다
멀리 벼랑 끝에 검은 소나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다

별빛 달빛이 내리는 폐사 앞
나의 전생과 후생 모두를 알고 있을 것 같은
몇 백 년을 살았다는 나무 아래 혼자 앉아있다

 

 

 

최혜숙 시인/ 동국대 대학원 졸업. 2014 열린시학 등단. 희방사, 영통사, 선원사 등에서 불심을

심어 전국 각지를 순례하다 한국불교금강선원 나란다삼장불학원 졸업『진묵대사와 부설거사

그 유적지를 찾아서』가 있다.

 

 

                                                          Evening Bell -Sheila Ry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