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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2013년 9월 30일 오전 07:59 본문
눈사람 여관
이병률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그러면 날마다 아침이에요
밥은 더러운 것인가
맛있는 것인가 생각이 흔들릴 때마다
숙박을 가요
내게 파고든 수북한 말 하나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모든 계약들을 들여놓고
여관에서 만나요
탑을 돌고 싶을 때도 그만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내가 껴안지 않으면 당신은 사라지지요
길 건너편 숲조차도 사라지지요
등 맞대고 그물을 당기면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 여관이겠어요
내 당신이 그런 것처럼
모든 세상의 애인은 눈사람
여관 앞에서
목격이라는 말이 서운하게 느껴지는 건 그런 거지요
눈사람을 데리고 여관에 가요
거짓을 생략하고
이별의 실패를 보러
나흘이면 되겠네요
영원을 압축하기에는
저 연한 달이 독신을 그만두기에는
-시집(『눈사람 여관』문학과 지성사 2013)
이병률 /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좋은 사람들」 「그날엔」 두 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찬란』『눈사람 여관』, 산문집 『끌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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