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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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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신춘문예 시

저고독/박두진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2. 16. 15:40



저 고독


 박두진

 

 

당신을 언제나 우러러 뵈옵지만

당신의 계신 곳을 알지 못합니다

 

당신의 인자하신 음성에 접하지만
당신의 말씀의 뜻을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은 내게서 너무 멀리에 계셨다가
너무너무 어떤 때는 가까이에 계십니다

 

당신이 나를 속속들이 아신다고 할 때
나는 나를 더욱 알 수 없고
당신이 나를 모른다고 하실 때
비로소 조금은 나를 압니다


이 세상 모두가 참으로 당신의 것
당신이 계실 때만 비로소 뜻이 있고
내가 나일 때는 뜻이 없음은
당신이 당신이신 당신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에게서만 나를 찾고
나에게서 당신을 찾을 수 없습니다
밤에도 낮에도 당신 때문에 사실은 울고
나 때문에 당신이 우시는 것을 압니다

 

천지에 나만 남아 나 혼자임을 알 때
그때 나는 나의 나를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어디로도 나는 나를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박두진시인/1916년 3월 10일 ~ 1998년 9월 16일)은 대한민국시인이었다. 본관은 경주(慶州)이고 호는 혜산(兮山)이며,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났다.    1939년 문예지 《문장》에 《향현》 등을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박목월·조지훈과 함께 ‘청록파’로 불린다. 처음에는 자연을 주제로 한 시를 썼으나 이후에는 광복의 감격과 생명감 있는 시를 썼다. 연세대·이화여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였다.

아세아 자유문학상과 서울시 문화상, 삼일 문화상, 예술원상 등을 받았으며, 저서로 《해》, 《오도》, 《청록집》, 《거미와 성좌》, 《수석열전》, 《박두진 문학전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