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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풀잎/박성룡 본문
풀잎
-박성룡(1934~2002)
-박성룡(1934~2002)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주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버리거든요.
어느덧 산과 들이 푸른 물결로 넘실대고 있다. 거칠었던 땅이 푸른 물결로 넘실대고 있으니 오월의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풀잎’, ‘풀잎’이라고 되뇌어보니 입술을 통해 푸르름이 막 들어오는 듯하고 박성룡 시인의 시처럼 몸과 마음이 푸른 풀잎이 되는 듯했다. 천지인 모두 푸르고 5월은 이토록 싱그럽다. 저토록 작게 살고 착하게 살고 푸르게 살면 된다.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아주소서”라는 찬송가 구절이 문득 떠오르고 풀잎 하나하나가 교회처럼 은혜롭게 충만하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풀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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