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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葛藤)/김광림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갈등(葛藤)/김광림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7. 13. 08:07



김광림의「갈등(葛藤)감상 / 김승희

 

 

갈등(葛藤)

 

   김광림

 

 

빚 탄로가 난 아내를 데불고
고속버스
온천으로 간다.
십팔년 만에 새삼 돌아보는 아내
수척한 강산이여
  
그동안  
내 자식들을
등꽃처럼 매달아 놓고
배배 꼬인 줄기
까칠한 아내여
  
헤어지자고
나선 마음 위에
덩굴처럼 얽혀드는
아내의 손발
싸늘한 인연이여
  
허탕을 치면  
바라보라고
하늘이  
저기 걸려 있다.
  
그대 이 세상에 왜 왔지
  빚 갚으러  



 ...........................................................................................................................................................................................

 
갈등의 갈(葛)은 칡을 의미하고 등(藤)은 등나무를 의미한다.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니 둘이 함께 얽히고설키면 천하없어도 풀기가 어렵다고 한다. 부부의 인연은 전생의 빚쟁이들이 만나 이루는 것이라고. 시 속의 부부는 이 갈등을 풀 수 없으니 그만 끊자고 나선 길이다. 그러나 아내라는 이름의 수척한 강산에는 아름다운 등꽃 같은 자식들이 매달려 있으니….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그것을 용서, 혹은 종교적 승화라고 부른다. 거기 그렇게 하늘이 걸려 있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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