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한국명시낭송
- 명시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 허준박물관
- 이서윤 시인
- 풍경이 있는시
- 축시낭송
- 이서윤시낭송
- 시낭송
- 세계명시
- 시낭송아카데미
- 애송시
- 윤동주
- 시낭송행복플러스
- 이서윤 시낭송
- 신춘문예
- 명시낭송
- 장수길
- 동의보감
- 시인
- 현대시
- 좋은시
- 강서구민회관 시낭송반
- 이서윤
- 한국명시낭송클럽
- 문학
- 풍경이 있는 시
- 강서구민회관시낭송
- 한국명시
- 허준
- Today
- Total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때가 되었다/ 박판식 본문
박판식의「때가 되었다」감상 / 채상우
때가 되었다
박판식
1
그 여름 나는 하늘과 땅이 하는 소리를 다 들었다
바윗돌이 고함치는 소리와 붕어와
자라가 대야 속에서 귓속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아팠고 내 영혼은 거지꼴이었다
대로의 사건은 퇴역 장교 최의 모자를 허공으로 날려 버렸고
나는 사람이 죽어 쌀자루 속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2
아내와 나는 같은 세숫대야에 얼굴을 씻지 않는다
아들과 딸 하나씩을 발명하고 우리는 기진맥진이다
작은 호랑이처럼 헐떡이는 아이들
김이 다 달아난 밥 한 공기를 놓고
위층에 새로 세든 불행한 엄마와 그녀의 엄마가 차례로
벽에다 그릇 던지는 소리를 듣는다
3
내일은 넋이 빠져나간 외할머니를 보러
시외버스를 탈 것이다
죽음은 어떤 장소도 시간도 아니다, 죽음은 오히려 반듯한 질서
구포국민학교 2학년 오후반 이후 나는 늘 지각 중이다
누가 X를 죽였는지, Y와 Z는 언제 죽을 건지 곰곰이 따져 보다가
딸의 기저귀 가는 소리, 어린 아들의 화장실 슬리퍼 끄는 소리에 놀라
질척이는 꿈에서 깬다
4
나는 내가 노래한다 믿었으나
사람들은 내게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만을 들었다
지금 시간 오후 세 시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정말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때가 되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 "아내와 나는 같은 세숫대야에 얼굴을 씻지 않는다". 이제 사랑할 때가 되었다. "위층에 새로 세든 불행한 엄마와 그녀의 엄마가 차례로" "벽에다 그릇 던지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는 오래전에 죽었고, 누군가는 지금 죽어 가고 있다. 어린 아들은 화장실에서 슬리퍼를 따각따각 끌고 있다. 그 소리에 잠이 깬다. "나는 내가 노래한다 믿었으나" 내 노래는 모두 실패했다. 아니 내 사랑은 모두 실패했다. 그러니 이제 "때가 되었다". 지금은 "오후 세 시"다.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정말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지금 당장이 다시 사랑할 때다.
채상우 (시인)
'아름다운 시편들 > 시가 있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페인트/안미옥 (0) | 2017.07.31 |
---|---|
진경/ 손세실리아 (0) | 2017.07.27 |
달이 빈방으로/ 최하림 (0) | 2017.07.27 |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김소월 (0) | 2017.07.18 |
튤립/송찬호 (0) | 2017.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