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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사이/ 김승기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사이/ 김승기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8. 1. 08:52



김승기의 「사이」감상 / 채상우

 

 

사이

 

  김승기

 

 

건물은 건물을 
내려다보지 않는다 

건물은 건물을 
올려다보지도 않는다 

그저 고마울 뿐이다 
옆에 누가 꿋꿋이 
서 있다는 것이 

보았는가?

어두운 밤 뒤척이다 
옆으로 슬며시 뻗는 
건물의 흰 손들을 

그것으로 그득해져 
그것만으로, 따뜻해져 

튼튼히 
도시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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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시, 처음이다. 도시의 건물을 두고 이처럼 긍정적인 상상을 할 수 있다니, 놀랍다. 그렇지 않은가. 흔히 도시의 건물이라 하면 반생명적인 맥락이나 억압과 지배, 자본, 폐허 따위를 먼저 떠올리곤 하는데, 이 시는 사뭇 다른 편에 서 있다. 이 시를 읽고 생각해 보니 저 도시의 건물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기까지 하다.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건물들은 그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도시를 지탱하고 있고, 우리는 그 안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모든 잘못은 우리에게 있다. 건물을 짓고 부수고 다시 그 자리에 더 높은 건물을 쌓는 우리의 욕망이 문제지, 도시의 건물은 차라리 자연에 가깝다.

 

  채상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