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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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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충돌 / 김민식 나는 화면 너머의 테니스 경기를 본다 테니스 라켓이 공을 치는 순간 무수한 공중이 한꺼번에 태어난다 고래의 힘줄 산양의 창자 얇게 저며진 살점으로 직공은 라켓을 짠다 종선과 횡선이 지나간 사이에 태어나는 눈 공중에 이름을 붙이는 최초의 노동이었다 천사를 체로 걸러낼 수 있다고 믿은 프랑스인이 있었다 축과 축의 직교 속에서 성령은 좌표를 얻었다 의심 속에서 의심도 없이 체의 촘촘한 눈을 세는 귀신의 눈은 비어 있다 눈알만 파먹힌 생선들이 부둣가에 쌓여 있다 백경白鯨의 투명한 수정체 멸종된 거대 수각류의 담석 전체를 상상하면 그것들은 차라리 허공이었다 한국의 산에는 호랑이 모양 구멍이 반드시 하나씩 있으며 돌탑 위에 둥근 돌을 하나 올려도 산이 무거워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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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너구리를 아십니까? 오리너구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아에게 아무렇게나 이름을 짓듯 강의 동쪽을 강동이라 부르고 누에 치던 방을 잠실이라 부르는 것처럼 나를 위하여 내가 하는 일은 밖과 안을 기우는 것, 몸을 실낱으로 풀어, 헤어지려는 세계를 엮어, 붙들고 있는 것 그러면 사람들은 나를 안팎이라고 부르고 어떻게 이름이 안팎일 수 있냐며 웃었는데요 손아귀에 쥔 것 그대로 보이는 대로 요괴는 그런 식으로 탄생하는 겁니다 부리가 있는데 날개가 없대 알을 낳지만 젖을 먹인대 반만 여자고 반은 남자래 강물 속에서도 밖에서도 쫓겨난 누군가 서울의 모든 불이 꺼질 때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알고 계셨나요? 기슭에 떠내려오는 나방 유충을 주워 먹는 게 꽤 맛있다는 거 잊을 수 없다 모두가 내 무릎에 올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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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詩 당선작, 단순하지 않은 마음 / 강우근 단순하지 않은 마음 / 강우근 별일 아니야, 라고 말해도 그건 보이지 않는 거리의 조약돌처럼 우리를 넘어뜨릴 수 있고 작은 감기야, 라고 말해도 창백한 얼굴은 일회용 마스크처럼 눈앞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눈병에 걸렸고, 볼에 홍조를 띤 사람이 되었다가 대부분의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병은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걸어오는 우리처럼 살아가다가 죽고 만다. 말끔한 아침은 누군가의 소독된 병실처럼 오고 있다. 저녁 해가 기울 때 테이블과 의자를 내놓고 감자튀김을 먹는 사람들은 축구 경기를 보며 말한다. “정말 끝내주는 경기였어.” 나는 주저앉은 채로 숨을 고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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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 붕어빵 안에는 배고픈 고래가 산다 조효복 아이의 웃음에선 생밀가루 냄새가 났다 접시 위에 수북이 담긴 고기를 자랑하는 아이 가쁜 숨을 내쉬며 조그마한 얼굴이 웃는다 콧등을 타고 오른 비음이 아동센터를 울린다 해를 등지고 앉은 언니는 아빠를 닮았다 그늘진 탁자에는 표류 중이던 목조선 냄새가 비릿하게 스친다 구운 생선을 쌓아두고 살을 발라낸다 분리된 가시가 외로움을 부추긴 친구들 같아 목안이 따끔거린다 흰 밥 위에 간장을 붓고 또 붓는다 짜디짠 바람이 입 안에 흥건하다 훔쳐 먹다 만 문어다리가 납작 엎드린 오후 건너편 집 아이가 회초리를 견딘다 튀어나온 등뼈가 쓰리지만 엄마는 버려지지 않는다 매일 다른 가족이 일기 속에 산다 레이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