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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시가 있는 행복한 삶 (1)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씨앗을 받아들고/이기철
씨앗을 받아들고 이기철 씨앗에서 열매까지의 길을 어린 나무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 이제 곧 겨울이 와 세상이 조그마해지면 나는 전기밥솥에 쌀을 안쳐놓고 그 위에 녹두콩 완두콩도 두어 개 띄워놓고 솥이 제 몫의 일을 하는 동안 좋은 세상이 어디쯤까지 와 머무는지 알아보러 동구 밖으로 나가보리라 샐비어 잎에 새똥이 마르고 도랑물소리가 발목에 감기리라 밤에는 흰 노트를 펼쳐놓고 내 지은 죄의 목록을 흑연으로 기록하리라 분노 한 사발, 증오 한 그릇, 사랑 한 대접, 노래 한 다발 그리고 부질없이 펴놓은 세상일들을 출석부의 이름 부르듯 불러들이리라 한랭 겨울, 흰 눈이 하는 일을 내 손이 맡으리라 손가락이 곱으리라, 마음이 헝겊처럼 펄럭이리라 ⸺계간 《시와 시학》 2020년 겨울호 ------------ 이..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2021. 1. 7. 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