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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발푸르기스의 밤 (외 2편) 오 늘 빨강을 묻는 나를 위해 춤을 추는 너 허벅지가 맑아서 순서도 없이 색깔들이 피어올라 네 춤에는 툭 치면 넘칠 것 같은 물잔이 있어 입술이 번졌구나, 붉은 뺨을 가지기 위해서는 울음의 공기를 조금 빼야 하지 우리의 흰 머리카락은 괜찮은 하루들이었고 빨강을 감춘 건 너였을까 이제 이것은 농담이야 네가 사라졌다 내 농담이 그렇게 싫었나 달이 차오르지 않아서 모르겠네 빨강을 못 본다고 해서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선명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돌아서서 너의 손목을 묻는 흐릿한 사람들 네가 없는 나는 얼룩이 되는구나 너를 빨강해, 중요한 말일수록 몸속 가장 단단한 뼈에 박혀 꺼내기 힘들다는데 너는 살짝만 무릎을 굽혀도 보이는 계절 잿빛 동맥을 쥐고 와장창 웃는 푸른 꽃들 나를 위해 ..
방금 배달된 장미 한 다발 장미는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 설마 이 꽃들이 케냐에서부터 온 것은 아니겠지 장미 한 다발은 기나긴 탄소 발자국을 남겼다, 주로 고속도로에 장미를 자르고 다듬던 손목들을 떠나 냉동트럭에 실려 오는 동안 피우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누르다 도매상가에 도착해서야 서둘러 피어나는 꽃들 도시의 사람들은 장미 향기에 섞인 휘발유 냄새를 눈치채지 못한다 한 송이 장미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봄부터 소쩍새가 아니라 칠에서 십삼 리터의 물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휘발유가 필요하겠지 스무 송이의 자연, 조각난 향기, 피어나기가 무섭게 말라가는 꽃잎들, 퇴비더미가 아니라 소각장에 던져질 장미 한 다발 오늘은 보이지 않는 탄소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한 다발의 장미가 피고 질 때까지 ⸻계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