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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늦저녁의 버스킹/김종해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늦저녁의 버스킹/김종해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2. 22. 08:41



늦저녁의 버스킹

 

김종해

 

 

 

나뭇잎 떨어지는 저녁이 와서

내 몸속에 악기(樂器)가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간 소리 내지 않았던 몇 개의 악기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동안

길은 더 저물고 등불은 깊어진다

나 오랫동안 먼 길 걸어왔음으로

길은 등 뒤에서 고단한 몸을 눕힌다

삶의 길이 서로 저마다 달라서

네거리는 저 혼자 신호등 불빛을 바꾼다

오늘밤 이곳이면 적당하다

이 거리에 자리를 펴리라

나뭇잎 떨어지고 해지는 저녁

내 몸속의 악기를 모두 꺼내어 연주하리라

어둠 속의 비애여

아픔과 절망의 한 시절이여

나를 위해 내가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

바람처럼 멀리 띄워 보내리라

사랑과 안식과 희망의 한때

나그네의 한철 시름도 담아보리라

저녁이 와서 길은 빨리 저물어 가는데

그 동안 이생에서 뛰놀았던 생의 환희

내 마음속에 내린 낙엽 한 장도

오늘밤 악기 위에 얹어서 노래하리라

 

 

 

                     ㅡ《시와 시학2017년 겨울호



김종해 / 1941년 부산 출생. 1963자유문학에 시 당선, 1965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인간의 악기』『신의 열쇠』『왜 아니 오시나요』『천노, 일어서다 (장편서사시) 항해일지』『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별똥별』『』『봄꿈을 꾸며』『눈송이는 나의 을 지운다』『모두 허공이야. 시선집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우리들의 우산』『그대 앞에 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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