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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늦저녁의 버스킹/김종해 본문
늦저녁의 버스킹
김종해
나뭇잎 떨어지는 저녁이 와서
내 몸속에 악기(樂器)가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간 소리 내지 않았던 몇 개의 악기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동안
길은 더 저물고 등불은 깊어진다
나 오랫동안 먼 길 걸어왔음으로
길은 등 뒤에서 고단한 몸을 눕힌다
삶의 길이 서로 저마다 달라서
네거리는 저 혼자 신호등 불빛을 바꾼다
오늘밤 이곳이면 적당하다
이 거리에 자리를 펴리라
나뭇잎 떨어지고 해지는 저녁
내 몸속의 악기를 모두 꺼내어 연주하리라
어둠 속의 비애여
아픔과 절망의 한 시절이여
나를 위해 내가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
바람처럼 멀리 띄워 보내리라
사랑과 안식과 희망의 한때
나그네의 한철 시름도 담아보리라
저녁이 와서 길은 빨리 저물어 가는데
그 동안 이생에서 뛰놀았던 생의 환희
내 마음속에 내린 낙엽 한 장도
오늘밤 악기 위에 얹어서 노래하리라
ㅡ《시와 시학》 2017년 겨울호
김종해 / 1941년 부산 출생. 1963년 《자유문학》에 시 당선, 1965년 〈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인간의 악기』『신의 열쇠』『왜 아니 오시나요』『천노, 일어서다 (장편서사시) 』『항해일지』『바람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별똥별』『풀』『봄꿈을 꾸며』『눈송이는 나의 角을 지운다』『모두 허공이야』등. 시선집 『누구에게나 봄날은 온다』『우리들의 우산』『그대 앞에 봄이 있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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