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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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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벽/이해존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2. 22. 08:43



 

이해존

 

 

 

줄넘기하는 아이의 발목 없는 그림자가 떠 있는 오후, 줄에 걸려 넘어진다 뻗쳐 있던 머리카락이 어둠으로 내려앉는다

 

사소해서 몸집을 부풀리는 속임수는 독이 없다 한 번이라도 나를 스쳐가지 않은 것이 없다 이제 모서리가 필요하다

 

대치 끝에 악수하고 또 다른 모서리에서 만난다 모서리가 향하는 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거리

 

마임처럼 벽에 새겨진 손바닥들, 저편에서 같이 벽을 밀어내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다 지친 그림자가 주저앉는다 얼굴을 괸 손바닥을 밀고 있다

 

손바닥 사이에서 납작해진 몸이 벽이 되어간다

 



   ㅡ 시집 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2017. 11)




이해존 / 1970년 충남 공주 출생.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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