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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오동 심은 까닭/임보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벽오동 심은 까닭/임보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2. 27. 09:01



벽오동 심은 까닭

 

 임보


 

한 만 평쯤 되는 땅을 마련해

한 만 그루쯤 오동을 심고 싶다

 

잎과 몸통이 온통 푸른 벽오동

곧고 맑은 벽오동 밭을 일구고 싶다

 

그 오동들이 자라 황록색 꽃들을 피우고

그 꽃들이 익어 열매를 매달게 되면

 

당대의 명인을 불러 거문고를 울려

천하의 봉황들을 다 모으고 싶다

 

달빛을 타고 날아오르는 봉황들의 나래 소리

별빛에 반짝이는 황금의 오동 열매

 

한 달포쯤 그 열매들을 먹여 살이 오르면

방방곡곡에 그 봉황들을 띄워 보내고 싶다

 

우선 얼어붙은 북녘 들판으로부터 시작해

아프리카며 중동 시끄러운 땅들에 날려 보내리

 

날아간 봉황들의 뒷심*으로 벽오동을 심어

푸르고 푸른 벽오동 세상을 펼쳐 보고 싶다

 

 


* 뒷심 : ‘(便)의 힘이란 뜻으로 사용해 보았음.

 

 

                          ㅡ 시집 벽오동 심은 까닭(2017. 11)



임 보 / (본명 姜洪基) 1940년 전남 곡성 출생. 1962년 서울대학교 국문과 졸업. 1988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62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 임보의 시들』『山房動動』『木馬日記』『은수달 사냥』『황소의 뿔』『날아가는 은빛 연못』『겨울, 하늘소의 춤』『구름 위의 다락마을』『운주천불』『사슴의 머리에 뿔은 왜 달았는가』『자연학교』『장닭 설법』『가시연꽃』『눈부신 귀향』『아내의 전성시대』『자운영꽃밭』『검은등뻐꾸기의 울음』『山上問答』『벽오동 심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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