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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12월/유강희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2. 25. 11:16



유강희의 12감상 / 안도현

 

 

12

 

   유강희 (1968~ )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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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에 가슴으로 왕겨 부비는 소리를 듣는 시인의 귀가 참 맑다. 알곡을 모두 떠나보내고 헛헛하게 껍질만 남은 왕겨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어느 가난한 아궁이로 들어가 다시 따뜻하게 구들을 덥히게 될 자신의 역할을 짐작할까. 12월에는 그 아궁이의 솥을 비워두지 말 일이다. 물이라도 끓여서 온기를 만들자. 슬픔의 빈 솥이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말자
 
  안도현 (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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