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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모습/이윤학 본문
이윤학의 「전생의 모습」 감상 / 이영광
전생의 모습
이윤학(1965~ )
작년에 자란 갈대
새로 자란 갈대에 끼여 있다
작년에 자란 갈대
껍질이 벗기고
꺾일 때까지
삭을 때까지
새로 자라는 갈대
전생의 기억이 떠오를 때까지
곁에 있어주는 전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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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죽은 갈대와 산 갈대를 견주어 묘사하다가 전생(前生)이라는 낯선 세계를 보여 준다. 우리는 누구나 ‘새로 자라는 갈대’로 한생을 받아 살고 간다. 다른 생의 존재 유무는 과학으로는 알 길이 없다. 산 갈대들 사이에 ‘작년에 자란 갈대’가 더불어 산다. 갈대들의 세계에서 금생의 갈대는 전생의 갈대를 알아보지 못한다. 바로 곁에 ‘끼여’ 밀착해 있는데도! 한 몸처럼 서 있는 전생을 못 본다는 사실이 은은한 놀람을 준다. 과학은 부인하고 종교는 힘써 믿는 전생을 시는 이렇게, 상상한다. 시에서 상상은 안 보이는 것에 대한 묘사이고, 묘사란 보이는 것에 대한 상상이다. 전생을 갈대로 묘사하는 것과 갈대를 전생이라 상상하는 것은 같은 일인데, 이런 일이 이 시에서만큼 비범해지기는 늘 어렵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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