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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항구/황인찬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2. 22. 08:46



황인찬의「항구」감상 / 장석주

 

 

항구

 

황인찬

 

 

밖으로 나가자 그렇게 말한 건 헤어진 사람

밖으로 나가니 끝이 보이지 않는 얼음 평원이 있었다


거기서 죽은 물새 떼를 보았다 죽은 군함도 보았다

그렇구나, 이건 내 꿈이구나

 

나는 깨달았지만

여전히 끝이 없는 얼음 평원이 있었다

 

나는 죽지도 않고

거기서 오래 살았다

 

누군가의 손에 들린 죽은 바다가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헤어지지 않는 사람

바위게 한 마리가 발등을 물었다

 

...........................................................................................................................................................................

 

   당신과 헤어진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뒤늦게 깨닫고 후회를 씹었다. 밖으로 나가자. 밖으로 나가자. 더러는 당신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울려 왔다. 적산가옥 몇 채만 남은 쇠락한 항구에는 실연한 남자가 한둘 쯤 살아간다. 죽지도 않고 오래 사는 실연자라니. 실연자는 말을 잃었다. 그의 눈에 비친 바다는 얼어 온통 얼음 평원이다. 죽은 물새 떼, 죽은 군함, 손에 들린 것도 죽은 바다. 사랑이 끝나면 모든 게 죽는다. 그렇건만 산 자는 실연 뒤에도 죽지 않고 살아가는 법. 그렇건만 실연은 그걸 견디는 자의 가슴에 통증을 남기는 시련이자 상처일 테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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