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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못/정호승 본문
정호승의 「못」 감상 / 김기택
못
정호승(1950~ )
벽에 박아두었던 못을 뺀다
벽을 빠져나오면서 못이 구부러진다
구부러진 못을 그대로 둔다
구부러진 못을 망치로 억지로 펴서
다시 쾅쾅 벽에 못질하던 때가 있었으나
구부러진 못의 병들고 녹슨 가슴을
애써 헝겊으로 닦아놓는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늙은 아버지
공중목욕탕으로 모시고 가서
때밀이용 침상 위에 눕혀놓는다
구부러진 못이다 아버지도
때밀이 청년이 벌거벗은 아버지를 펴려고 해도
더 이상 펴지지 않는다
아버지도 한때 벽에 박혀 녹이 슬도록
모든 무게를 견뎌냈으나
벽을 빠져나오면서 그만
구부러진 못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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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박힌 곳에서 일생 동안 버티고 견디다가 구부러지면 본래의 반듯한 모습으로 돌아갈 줄 모르는 못. 평생 육중한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고 견디는 일도 힘들지만, 녹슬고 구부러지는 일을 견디는 일은 그보다 훨씬 힘든가 보다. “더 이상 펴지지 않는” 그 몸의 경직성과 고집불통과 완고함. 우리는 그런 몸 안에서 살아야 하고 그 몸으로부터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다.
못은 무게를 견디는 동안만 못이다. 구부러지기 전까지만 못이다. 온몸의 고통과 긴장으로 제가 박힌 곳의 무게를 감당하는 동안만 못이다. 벽에서 빠져나와 무게에서 해방되면 자유가 아니라 구부러지고 녹슨 몸이 온다. 행복은 그 고통에서 벗어날 때 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과 함께 사는 지혜에서 오는 것 아닐까?
김기택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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