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눈/이은봉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눈/이은봉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1. 22. 10:48



이은봉의 감상 / 허연

 

 

 

이은봉

 

 

눈이 내린다
두런두런 한숨 속으로
저희들끼리
저렇게 뺨 부비며

눈이 내린다
별별 근심스런 얼굴로
밤새 잠 못 이룬 사람들
사람들 걱정 속으로

눈이 내린다
참새떼 울바자에 내려와 앉는 아침
아침 공복 속으로

저희들끼리 저렇게 뽀드득 뽀드득
어금니를 깨물며

..............................................................................................................................................................................................

    눈()은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물성으로만 따지자면 눈은 대기 중에 떨어지는 작은 얼음 결정에 불과하지만, 눈이 품고 있는 상징성은 무궁무진하다. 시인은 어느 가난한 마을에 내리는 눈을 형상화한다. 사람들의 근심과 한숨을 다 덮어주듯 밤새 눈은 내린다. 차가운 눈이지만 왠지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눈을 떠 문을 열고 쌓인 눈을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순백의 눈을 보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지 않았을까. 눈은 그렇게 하염없이 내려 우리의 누추함을 덮고 하루를 시작하게 해준다.

  허연 (시인)

'아름다운 시편들 > 시가 있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가목/김상혁  (0) 2018.01.22
홍옥 한 알/정진규  (0) 2018.01.22
눈이 오는 날은 눈 밖의 소리가 다 보인다/장인수  (0) 2018.01.16
노병/김남조  (0) 2018.01.16
못/정호승  (0) 2018.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