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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질식/강은진 본문
질식
강은진
너는 낯선 냄새를 풍기며
한 번도 본 적 없던 자세로 나를 기다려
말해봐, 그 순간에 대해
문을 닫고 돌아선 너에게서 바람이 일고
푸른 잉크가 물에 풀어지듯
슬픔은 이상한 평화와 기묘하게 섞여 든다
얼어붙은 발자국을 향해
굶주린 모기떼처럼 달겨들던 이상한 글자들
해석할 수 없이 흐트러졌던 풀잎들의 방향
말해봐, 제발, 그 순간에 대해
소리가 소멸해버린 완전무결의 암흑이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던 기도들의 모욕 잊을 만큼
황홀한지 혹은 아픈지
너는 나를 이끌고 어떤 시간과 공간 위를 활공해
저기 우리가 있던 숲을 봐, 너는 말하지
사소한 호수와 둥지와 사소한 감정들
멀리서 보면 슬프지도 무섭지도 않아서
멀고 낯설어서 네가 좋았어
하지만, 너는 죽었잖아
밤의 깨어진 틈으로 스며나오는 푸르스름한 연무처럼
뿌옇고 투명한 너의 몸을 관통하며
나는 푹신한 잠옷을 입고
마지막인 듯 깊이 심호흡을 한 다음
너와 소리 없는 말들을 교환한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너.
ㅡ《현대시》 2018년 1월호
강은진 / 1973년 서울 출생. 2011년 〈문화일보〉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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