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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장미의 습도/박은영 본문
장미의 습도
박은영
밤길을 다녔다
어둡고 습한 곳은 늘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했다
마른하늘에 번쩍, 가시가 돋칠 때마다 전선에 걸린 모가지들이 위태로워 보였다 그러나 해를 보는 날은 화장을 두껍게 한 늙은 여배우의 편이 되기도 하였다 시들지 않으려고 혈자리를 누른 일과 그물스타킹으로 당신을 붙잡아 놓은 일이 부끄럽기도 하였다
장마가 시작될 즈음
눈 속의 가시는 울어야 뽑힌다는 것을 알았다
내 몸의 가장 낮은 곳에서 방언을 듣던 밤, 그 많은 눈꺼풀을 감고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을 자고 싶어서 나는 붉은 매니큐어를 바른 발톱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루 살로메 루 살로메,
먹구름이 눈 밑으로 올라왔다
*릴케의 묘비명.
ㅡ『2018 신춘문예 당선시집』
박은영 / 1977년 강진 출생. 2018년 문화일보와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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