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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이번 여행/신용목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3. 3. 10:14



이번 여행


  신용목





서울에서 부산까지 철로의 길이만큼 긴 기차가 있어서, 철로의 길이만큼 긴 플랫폼이 있어서

기차를 타고,

함께 떠나요


이별의 입 속에는 검은 수초가 자라고 푸른 불꽃을 재우는 무덤이 다음 칸 다음 칸을 채웁니다


다음 칸은 밤 다음 칸은

가로등


모스크바나 빈이나 헬싱키 더 먼 곳의 바르셀로나 우리는 같은 시간에 같은 기차를 타고

언제나 같은 곳에 내려요


우리는 머리카락을 가졌습니다

바람을 만들어줄래요,

차창을 열고


물병을 그물망에 넣을 때 나는 소리 같은 것

자꾸만 옆 사람의 어깨 위로 떨어지는 잠든 머리 같은 것

삶은 계란 같은 것


우리는 경종 소리를 가졌습니다


용산에서 목포까지 철로의 길이만큼 긴 기차가 있어서, 출발과 도착이 같은 시간

출발과 도착이 같은 장소


일산에서 탄 사람은 일산에서 내리고 울란바토르에서 내리려면 울란바토르에서 타야 하는,

안내 방송 같은 것


나는 거기서 당신은 여기서

기차를 타고,

인사를 해요


손을 흔듭니다, 뜁니다




                    ㅡ격월간시사사20181-2월호



신용목 /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바람의 백만 번째 어금니』『아무 날의 도시』『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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