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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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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풍경이 있는시

[스크랩] 4월에 관한 시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4. 23. 19:28


4월의 시 모음


          황무지 중 埋葬에서 / T.S.엘리어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자라나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이고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우쳐지고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거니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메마른 구근으로 작은 목숨을 이어 줬거니......

   

 

개화/ 이호우

  

꽃이 피네 한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4월의 시/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4월/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어서 너는 오너라/ 박두진 

 

4월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함께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춤 추며

먹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 사월에  / 이재무

 

 

꽃이 피는 속도를 그대 아는가

시속 40Km

남에서 북으로 나는 달리며

숨이 가쁘다네

 

저 사랑의 속도

뒤따르며 내 쉽게 지치는 것은

몸이 지친 탓만이 아니라네

 

꽃으로 살지 않고

함부로 꽃 사랑하고 노래한 죄

저리 커서 달아나는 님

 

길의 고비마다 불쑥 얼굴 내미는

돌팍과 자갈의 충고

그걸 알고 부르튼 마음의 맨발바닥

 

꽃이 피는 속도에 숨이 가빠서

나는 슬프네 나는 기쁘네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혈관처럼 흘러

돌, 돌, 시내 차가운 언덕에

개나리,진달래,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조춘/ 정인보

 

그럴싸 그러한지 솔잎 벌써 더 푸르다.

산골에 남은 눈이 다 산 듯이 보이고녀

토담집 고치는 소리 볕발 아래 들려라.

이른 봄 고운 자취 어디 아니 미치리까

내 생각 엉기울젠 가던 구름 머무나니

든 붓대 무능타 말고 헤쳐 본들 어떠리.

  

 

윤사월/ 박목월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이고

엿듣고 있다.

  

 

             4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 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 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가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4월 비빔밥/ 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4월/ 문인수

절을 에워싼 산빛이 수상하다.
잡목 사이로 여기저기 펄럭 걸린 진달래.
단청 엎질린 것 같다.
등산로를 따라 한 무리
어린 여자들이 내려와서 마을 쪽으로 사라진다.
조용하라, 조용히 하라 마음이여
절을 에워싼 산빛이 비릿하다




사월 저녁/ 이서윤


              라일락 꽃이 환해지는

              저녁에 쌀을 씻습니다


              몽실몽실 부풀어 오를 흰 밥알들
              하루를 접고 돌아올 당신을
              기다린 적이 언제였는지


             해거름에 달려올 당신을 위해
             밥을 안치고 고등어를 굽고
             취나물을 데쳐 조물조물 버무립니다
            

              잘 익은 밥 냄새가

             지친 하루를 걸치고 올
             당신의 어깨를 풀어줄까요   

          

             창 밖의 라일락꽃이 가지마다 소복하게

             꽃 밥을 차리고 있습니다

             언제였을까요

             마주앉아 당신의 마음을 떠먹던 저녁이

             

                     *2016 시민시 공모작




         4월/ 한승수 

           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

           가로수 왕벚꽃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보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
          화려함이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고
          사는 동네가 다르지만
          그것으로 서로를 무시하지 않는다.
          빛깔이 다르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어우러져서 참 아름다운 세상.

 

 

 

4월/ 반기룡 

바람의 힘으로
눈 뜬 새싹이 나풀거리고
동안거 끝낸 새잎이 파르르
목단꽃 같은 웃음 사분사분 보낸다

미호천 미루나무는
양손 흔들며 환호하고
조치원 농원에 옹기종기 박힌
복숭아나무는 복사꽃 활짝 피우며
파안대소로 벌들을 유혹하고

산수유 개나리 목련화는
사천왕처럼 눈망울 치켜뜨고
약동의 소리에 귓바퀴 굴린다

동구 밖 들판에는
달래 냉이 쑥 씀바귀가
아장아장 걸어나와
미각 돋우라 추파 던지고

둑방길에는 밥알 같은
조팝나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다

 

 

 

어느 사월에 내린 봄비/ 이강철  

 

 

비가 내린다

메마른 산과 들

향긋한 꽃내음으로 적시며

맺혔던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한다

 

빗방울을 털면서 춘풍이 일렁인다

어쩌나 어쩌나

저것 좀 봐 어여쁘게 피어나던 꽃잎 떨어지겠네

 

꽃샘 바람아

저 어여쁜 꽃잎 떨어져 누우면

우리들의 마음은 다시 허전함과 슬픔에 잠겨 버린다오

 

끝없이 내려다오 사월의 봄비야

내려서

메마른 산과 들 끝없이 적셔다오

사월의 봄비야!

 

 

 

4월 / 윤용기

잔인한 잔치 시작되었네.
처소 곳곳에

퉁퉁 불어 있던 몸 동아리
터져 나오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 나오듯
하늘 향해 천지를 개벽시키네.

날카로운 칼바람
견디어 온
환희의 기쁨 숨어 있었네.

 

 

 

4월에 내리는 눈/ 안도현

눈이 온다
4월에도

교사 뒤뜰 매화나무 한 그루가
열심히 꽃을 피워 내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을 맞는다

엉거주춤 담벼락에 오줌 누다 들킨 녀석처럼
매실주 마실 생각 하다가
나도 찬 눈을 맞는다


            

 할머니의 4월/ 전숙영 

시장 한 귀퉁이
변변한 돋보기 없이도
따스한 봄볕
할머니의 눈이 되어주고 있다

땟물 든 전대 든든히 배를 감싸고
한 올 한 올 대바늘 지나간 자리마다
품이 넓어지는 스웨터
할머니의 웃음 옴실옴실 커져만 간다

함지박 속 산나물이 줄지 않아도
헝클어진 백발 귀밑이 간지러워도
여전히 볕이 있는 한
바람도 할머니에게는 고마운 선물이다

흙 위에 누운 산나물 돌아앉아 소망이 되니
꿈을 쪼개 새 빛을 짜는 실타래
함지박엔 토실토실 보름달이 내려앉고
별무리로 살아난 눈망울 동구밖 길 밝혀준다



4월/ 박인걸 

사월이 오면
옛 생각에 어지럽다.

성황당 뒷골에
진달래 얼굴 붉히면
연분홍 살구꽃은
앞산 고갯길을 밝히고

나물 캐는 처녀들
분홍치마 휘날리면
마을 숫총각들 가슴은
온종일 애가 끓고

두견새는 짝을 찾고
나비들 꽃잎에 노닐고
뭉게구름은 졸고
동심은 막연히 설레고 

반백 긴 세월에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 시절
앞마당에 핀 진달래
그때처럼 붉다



4월의 편지/ 오순화

꽃이 울면 하늘도 울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아프면 꽃을 품고 있는
흙도 아프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웃으면 하늘도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꽃이 피는 날 꽃을 품고 있는
흙도 헤죽헤죽 웃고 있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나요

맑고 착한 바람에
고운 향기 실어 보내는 하늘이 품은 사랑
그대에게 띄우며
하늘이 울면 꽃이 따라 울고
하늘이 웃으면 꽃도 함께 웃는 봄날
그대의 눈물 속에 내가 있고
내 웃음 속에 그대가 있음을
사랑합니다

 

 

 

4월이 떠나고 나면/ 목필균 

꽃들아,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지거라, 한 잎 남김없이 다 지거라,
가슴에 만발했던 시름들
너와 함께 다 떠나버리게

지다보면
다시 피어날 날이 가까이 오고
피다보면 질 날이 더 가까워지는 것
새순 돋아 무성해질 푸르름
네가 간다 한들 설움뿐이겠느냐

4월이 그렇게 떠나고 나면
눈부신 5월이 아카시아 향기로
다가오고

바람에 스러진 네 모습
이른 아침, 맑은 이슬로 피어날 것을 

 




                 



           

      

출처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글쓴이 : 이서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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