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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 (외 1편)/문태준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봄산 (외 1편)/문태준

시낭송행복플러스 2020. 3. 11. 11:30

봄산 (1)

 

문태준

 

 

 

쩔렁쩔렁하는 요령을 달고 밭일 나온 암소 같은 앞산 봄산에는

진달래꽃과 새알과 푸른 그네와 산울림이 들어와 사네

 

밭에서 돌아와 벗어놓은 머릿수건 같은 앞산 봄산에는

쓰러진 비탈과 골짜기와 거무죽죽한 칡넝쿨과 무덤이 다시, 다시 살아나네

 

봄산은 못견뎌라

봄산은 못견뎌라

 

 

 

첫 기억

 

 

 

누나의 작은 등에 업혀

빈 마당을 돌고 돌고 있었지

 

나는 세 살이나 되었을까

 

볕바른 흰 마당과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깰 때 들었던

버들잎 같은 입에서 흘러나오던

누나의 낮은 노래

 

아마 서너 살 무렵이었을 거야

 

지나는 결에

내가 나를

처음으로 언뜻 본 때는


 

                      (2회 불교문예문학상 수상작)

                  ⸺계간 불교문예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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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4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 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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