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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낮잠/ 강성은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낮잠/ 강성은

시낭송행복플러스 2020. 7. 18. 16:51

 

 

 

아직도 여기가 익숙지 않아서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기분

 

말없는 창백한 사물들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낮잠에서 깬 아이가

느닷없이 서럽게 우는 건

세상이 아직 익숙지 않아서라는데

 

잠들기 전의 세계와

눈을 뜨고 난 후의 세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간다

 

황급히 눈을 비빈 사람들이

머리를 감고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간다

 

그곳도 어제와는 다른데

 

따뜻한 음식을 먹다가

고장 난 기계처럼

뼈만 남은 채로

맞은편 거리를 바라본다

 

약국 앞 줄지어 서 있는

파리한 사람들

모두 울음이 쏟아지기 직전의 뒷모습

 

아직도 여기

있습니까

 

 

계간 시로 여는 세상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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